빙부상
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가 생생합니다.“빙부상이십니다.”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. '빙부…? 빙판에서 넘어지신 건가?'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.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은 검색창으로 달려가고 있었죠. 아마 저 같은 분, 지금도 계시지 않을까요? 그래서 정리합니다. 빙부, 빙모, 그리고 빙부상의 뜻까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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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부(聘父): 다른 사람의 장인어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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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모(聘母): 다른 사람의 장모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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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부상 / 빙모상: 다른 사람의 장인 또는 장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을 뜻함
‘빙부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’라는 말은 ‘그 사람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’는 뜻이죠. 즉, 본인의 가족이 아닌 남의 장인·장모에 대해 말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.
자신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경우는"장인상" 자신의 장모님이 돌아가신 경우는"장모상"이라고 표기하는 게 맞습니다. "빙부상", "빙모상"은 타인의 가족을 높여 말할 때 사용됩니다. 공문서, 부고장, 보도자료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죠.
빙부 빙모
빙
빙(聘)은 한자어로 ‘장가들다’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. 그래서 ‘장인의 아버지’란 의미로 '빙부'라는 표현이 생겼다고 전해지죠. 조선시대 백사 이항복이 자신의 장인 권율을 ‘권빙군’이라 칭했던 고문헌 기록도 있습니다. 이후 ‘빙군 → 빙부 → 빙모’처럼 형태가 굳어졌다는 설도 있고요.
실제로 우리는 평소 대화에서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. 보통 이런 경우 등장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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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고장에: “故 ○○○님의 빙부상(聘父喪)을 알려드립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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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문 기사에서: “배우 ○○○, 지난 3일 빙부상으로 인해…”
혹은 상주 명단을 확인할 때 ‘빙부상 – 사위 ○○○’처럼 표기되죠.
용어 |
의미 |
사용하는 상황 |
빙부 |
다른 사람의 장인 |
부고, 공문 등 |
빙모 |
다른 사람의 장모 |
부고, 공문 등 |
장인상 |
자신의 장인상 |
사적인 상황, 직접 사용 |
장모상 |
자신의 장모상 |
사적인 상황, 직접 사용 |
빙부상 |
다른 사람의 장인상 |
제3자 지칭 시 |
빙모상 |
다른 사람의 장모상 |
제3자 지칭 시 |
빙(聘)은 혼인 문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한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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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례(聘禮): 혼례의 예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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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물(聘物): 신랑이 신부 집에 보내는 물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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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금(聘金): 약혼 시 주는 예물, 증표
심지어 아내의 본가를 '빙가(聘家)'라고도 부르기도 했습니다.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, 전통 혼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단어들이죠.
처음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, 부고, 경조사에 관한 용어들이 갑자기 등장합니다. ‘빙부상’이라는 말 하나도 당황스러울 수 있죠. 하지만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닙니다. "빙부상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뜻이구나" 이 한 줄만 기억해도, 다음에는 당황하지 않으실 거예요.
빙부, 빙모라는 단어 하나에도 오랜 역사와 혼례 문화, 언어의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.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라도, 정확히 알고 쓸 줄 아는 게 진짜 멋진 어른 아닐까요? 언젠가 누군가가 “빙부상이시래요…”라고 말할 때, 당당하게 고개 끄덕이며 ‘아,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거구나’ 라고 이해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.